문장 번역 문제의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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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IOL (2014) 개인전 문제 #1. 베나베나어 (링크)

문제 정보 파악하기

이 문제는 베나베나어의 동사 형태론을 묻는 문제입니다.

언어 정보 (주석) 파악하기

베나베나어의 어족과 사용자 수에 대한 정보를 얻었으나, 문제 풀이에 사용할 만한 정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어 번역 분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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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국어 문장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장 구조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장을 구성 성분 별로 분리하여 아래와 같이 표로 나타내어 봅니다. 한국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일단 베나베나어 자료는 신경쓰지 않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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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술어 부분이 단 8 가지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은 ‘치다’ 라는 동사를, 절반은 ‘찌르다’라는 동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절반은 ‘~이다’로 끝나고 나머지 절반은 ‘~기 때문에’로 끝나는 것을 알 수 있고, ‘~한다’ 형태와 ‘~할 것이다’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시제”와 “절의 종류”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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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할 것이다’는 미래 시제 말고도 의향이나 의지 등을 나타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변별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단순하게 “미래”로 나타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다’는 편의상 “독립절”이라는 용어로, ‘~이기 때문에’는 “종속절”이란 용어로 묶어둡니다. 이 용어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어 선택이 문제 해결에 치명적인 부분은 아닙니다. 또한 계속해서 한글을 쓰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현재”는 PRES (present), “미래”는 FUT (future), “독립절”은 IND (independent), “종속절”은 SUB (subordinate) 이라는 약어를 이용하여 나타내겠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어와 목적어의 인칭(1인칭, 2인칭, 3인칭)과 수(단수=하나, 쌍수=둘, 복수=여럿)를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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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단수는 SG (singular), 쌍수는 DU (dual), 복수는 PL (plural) 이라는 약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표로 나타내면, 모든 한국어 문장을 위 구성요소들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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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어 번역문의 분석이 모두 끝났습니다. 미지언어(베나베나어) 데이터로 뛰어들어도 좋습니다.

미지의 데이터 분석하기

미지언어 데이터를 분석하기에 앞서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은 전체 데이터를 별도의 종이에 손으로 한 번 써보는 것입니다. 특히 이 문제는 한 문장당 한 단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양이 적어 옮겨 적기 용이합니다. 미지언어 데이터를 옮겨 적으면 어떤 형태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지를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지의 데이터를 손으로 옮겨 적은 뒤, 위에서 정리한 한국어 번역문의 구성요소들을 살펴보며, 구성요소에 따라 분류하여 비교 대조를 실시합니다. 제일 알아내기 쉬울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부터 하겠습니다. 절의 종류는 단 두 가지 뿐이므로, 그 두 가지를 나누어 정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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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심에 없는 것은 회색으로 나타내었습니다. 이렇게 두고 보면, ‘~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IND 와 ‘~기 때문에’라는 의미를 가진 SUB (우리가 부여한 약어들)이 베나베나어 형태의 어느 부분과 대응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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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단어 말미에 있었습니다.  IND (‘~이다’) 문장들은 모두 –ne/be 로 끝나고, SUB (‘~기 때문에’) 문장들은 모두 –nagihe/tagihe 로 끝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왜 –agihe 로 끊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이번 문제 풀이 방법론 설명과는 무관하므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tagihet 가 IND 문장에서는 한 번도 안 나타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t 는 데이터에서 항상 agihe 와 함께 나타납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t 또한 접미사 -…agihe 의 일부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지 언어의 데이터에서 아주 작은 부분 (-ne/be와 –nagihe/tagihe)의 의미를 알아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형태들에 모두 색칠을 하거나 네모, 동그라미, 밑줄 등 자신이 아는 기호로 표시를 해 둡니다. 같은 표시를 한국어 번역 표에도 해줍니다. (마치 위의 표 처럼)

이제, 이러한 과정을 반복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미지 언어를 최대한 많이 색칠해 나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에 시제 또한 두 종류 밖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이번에는 시제에 따라 분류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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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PRES (현재 시제) 문장과 FUT (미래 시제) 문장들을 나타내는 “지표”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시제 표지’라고 합니다. 현재 시제 표지는 단어의 맨 앞에, no– 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고, 미래 시제 표지는 단어의 중간에 –la– 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labe 사이에 ‘i 가 껴있는 문장들이 몇 개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 또한 미래 시제 표지의 일부인가 의심할 수 있지만, PRES 문장들에도 ‘i 가 출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i 는 미래 시제 표지의 일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i 가 출현하는 경우들을 모두 모아서 보겠습니다. 이때까지는 한국어 번역의 의미를 기준으로 분류하여 형태를 비교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형태를 기준으로 분류한 뒤 그 형태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겁니다.

‘i 가 출현하는 경우만 모은 것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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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을 찾으셨나요? 아무래도 주어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어가 모두 DU (쌍수=둘) 이라는 관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i = DU 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i 가 나타나지 않는 문장들 중에서 DU 가 없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전체 문장을, 주어의 수에 관심을 가지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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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i 의 출현 환경은 주어가 DU 인 경우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i 는 주어가 DU 를 나타내는 표지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색칠하기(또는 네모나 동그라미 치기)가 안 되어 있는 부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해당 언어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뜻입니다. 이제 남아있는 부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베나베나어의 중간부분 (no- 의 뒤부분)과 한국어의 “목적어”, “동사” 부분이 미해결로 남았습니다. 그러면, 두 종류 밖에 존재하지 않는 동사로 또 분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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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치다’와 ‘찌르다’를 기준으로 분류한 표가 위와 같습니다. 베나베나어 문장에서 동사 부분을 찾아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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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치다’는 ho/ha, ‘찌르다’는 fu/fi 로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나타내었습니다.

(왜 h, f 가 아니라 ho/hafu/fi 인지 알아내는 과정은 이 글의 범위가 아니므로 생략합니다. 또한 어떤 규칙에 따라 모음이 선택되는지는 직접 찾아보도록 합시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2~4글자 정도의 형태와, 한국어 번역의 “목적어” 파트입니다. 이제 전체 형태를 목적어의 인칭과 수에 따라 분류하여 나열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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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열하면, 남아있는 형태가 목적어의 수와 인칭을 나타낸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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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어가 같은 인칭과 수일 때 어떤 모음이 선택되는지는 이 글의 범위가 아니므로 생략합니다. 한 번 직접 찾아보세요. 이 또한 같은 방법으로, 형태를 기준으로 분류함을 통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준이 한국어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주의하세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미지언어(베나베나어)의 모든 조각조각들을 색칠할 수, 즉,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것을 전부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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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우리는 베나베나어 문장을 보고 그에 대응하는 한국어 구성요소(우리가 부여한 약어)를 찾는 것에는 달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한국어 번역 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주어진 베나베나어 데이터를 아래와 같이 조각내어 관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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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들을 모두 모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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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 는 영형태(zero form), 즉,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냅니다. ∅ 가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슬롯(칸)에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동사” 슬롯이나 “절의 종류” 슬롯에는 ∅가 없습니다. 이 말은, 이 슬롯은 비워둘 수 없고, 반드시 한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치 한국어 문장이 종결 어미 없이 끝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려 보십시.)

우리는 이것을 토대로 베나베나어의 동사 형태론 “패러다임”을 아래와 같은 하나의 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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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0 은 어근인 동사의 위치를 나타내고 +1, +2, +3 은 접미사가 붙는 순서, -1, -2 는 접두사가 붙는 순서를 나타냅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어근(동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lena, leni, lenu 등은 lenV 로 합쳐졌습니다. V 는 어떤 모음을 나타냅니다. 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 힌트: 그 다음 음절을 참고하세요.)

미지언어의 규칙 정리하기

위의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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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여기에서 어떤 경우에 fi, fu 중 어떤 형태가 선택되는지, 어떤 경우에 -nagihe, -tagihe 중 어떤 형태가 선택되는지 따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이 글의 범위 밖이므로 생략합니다. 힌트: 주어와 시제를 참고하세요.)

번역 과제 해결하기

(a) 에서는 베나베나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게 됩니다.

nonifibe, halu’ibe, lifilatagihe, nokufune, nolahanagihe

우리는 위 패러다임에서 베나베나어의 각 구성요소들이 한국어의 어떤 요소에 대응되는지를 파악했으므로,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nonifibe
= no-ni-fi-be
= PRES + O.1SG + ‘치다’ + S.2PL + IND
= (현재) + (목적어 1인칭 단수) + (‘치다’) + (주어 2인칭 복수) + (독립절)
= (2인칭 여럿)이 + (1인칭 하나)를 + 친다
= 너희들이 나를 친다

마찬가지로, (b) 에서는 한국어를 베나베나어로 번역하게 됩니다.

너희 둘이 그를 친다
= (2인칭 둘)이 (3인칭 하나)를 친다
= (주어 2인칭 쌍수) + (목적어 3인칭 단수) + (‘치다’) + (현재) + (독립절)
= S.2DU + O.3SG + ‘치다’ + PRES + IND
= no-∅-ha-∅-‘ibe
= noha’ibe

이와 같이 미지언어와 한국어 사이의 번역을 통해 베나베나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베나베나어 문제의 전체 답안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성 김민규 감수 양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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